'폭삭 속았수다' 의미와 드라마 배경소개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 는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으로 제주도 방언입니다. 작가 임상춘님이 제주 출신이었기에 제주도를 배경으로 독특한 문화와 풍경을 통해 드라마의 몰입에 큰 영향을 준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이 말의 뜻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였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에서 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한 애순과 관식을 포함한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1960년 제주에서 시작해 2025년 서울까지 70년에 걸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다사다난한 삶을 보여주고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어주는 이 작품은 시청하는 이로 하여금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태어난 당찬 소녀 애순과 팔불출 관식의 인생 이야기에서 그들의 딸의 성장 스토리, 지금과는 다른 옛날 고리타분한 시대적 상황과 고정관념 속에서의 인물들간의 갈등을 천천히 풀어가고 있고 이 부분이 특히 많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끌어냈다. 이야기는 때론 유쾌하고 즐거움을, 때로는 슬픔과 아픔을 적절하게 보여주며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을 사계절에 비유했고 그 덕분에 기승전결이 명확하게 보였던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시청 포인트
작품 초반 사계절 중 봄에 어울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엄마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애순의 엄마 '광례'는 오 씨 집안에 팔리듯이 시집을 가게 됩니다. 그러나 아들을 낳지 못하고 딸 애순만 낳게 되며 온갖 구박을 받게 됩니다. 심지어 남편이 몸이 좋지 않아 남편을 일찍 잃은 광례는 자신의 힘으로 딸 애순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을 당당하게 기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드라마 장면 중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딸 애순의 손을 잡고 등불을 들며 바닷길을 걸으며 딸에게 "엄마가 가난하지 네가 가난한 것이 아니다. 너는 푸지게 살아라"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급장선거에도 이겼지만 부급장이 되어야만 했던 딸,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지 못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광례의 복잡한 감정이 그대로 느껴져 광례에게 딸 애순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큰지 더욱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는 엄마처럼 안 살아"라고 하는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책임소재를 묻는 듯한, 비난하는 말의 뉘앙스로 자식에게 듣게 된다면 가슴 아플 수 있는 말이지만, 엄마 광례가 딸 애순에게 "절대 물질은 안돼"라며 "자기같이 살게 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부분과 애순도 딸에게 역시 "너도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는 말을 하는 모습들이 힘들고 고된 삶을 사는 엄마들에게 내 딸만큼은 더 이상 힘들게 살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자 희망이 되어주는 말이 된다는 점이 말의 뜻과 대비되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작품 중반부부터 드는 생각은 금명이가 애순이의 삶을 반복하는 건가 했습니다. 젊은 시절 애순은 관식의 집에 들어가 호된 시집살이를 시작합니다. 장손을 낳아야 했기에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로 인해 젊은 20대의 꽃 같은 시절 절에서 기도하며 힘들게 지냈습니다. 앞선 내용에서 꼭 엄마처럼 살지 않길 바란다는 엄마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금명이의 경우 남자친구 영준의 엄마는 금명이를 보는 자리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은근히 구박을 하고 모욕감을 주며 함부로 대하는 장면이 관식의 엄마와 비슷한 행동을 보입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흘러가는 운명의 흐름이 비슷하게 느껴지면서 반복될 운명을 나타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을 답답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애순이와 영범이 엄마가 마주하고 나웠던 대화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때 두 엄마가 언급했던 '돌'은 각기 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전혀 수준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 집안과 결혼하는 게 몹시도 속상했던 영범 엄마는 "아들 영범의 인생 8할이 자신꺼"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영범은 자신의 프라이드며 자신의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들이 제주에서 고기 잡고 좌판에 앉아있는 볼품없는 가정과 사돈이 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엄마 본인의 욕심임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굽히지 않고 밀어붙이며 아들이 목숨처럼 좋아하고 애걸을 해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결국 애순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고 "속에 하고 싶었던 말을 다하며 가슴속에 응어리진 돌을 내려놓은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이때 금명이의 엄마 애순은 "그 돌. 아들의 가슴에, 거기에 내려놓은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용범은 그 어머니가 얹고 간 돌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가라앉으며 이는 용범 엄마에게 가장 큰 시련이자 차가운 겨울의 계절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돌은 엄마가 자식들에게 준 짐처럼 비유되고 있습니다. 둘 다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에서 시작됐지만 한 명은 자식을 위한 선택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본인의 욕심으로 비롯한 삐뚤어진 선택으로 자식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한 결과를 갖고 온 것입니다.
드라마를 마치며..
작품을 끝까지 보고 난 후 '마지막이 항상 차가운 겨울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느껴졌던 대목은 관식의 죽음이 생각보다 덤덤하게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분명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지만 애순이 아파하는 감정은 상대적으로 절제되어 표현됐고, 오히려 애순은 "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는 줄 알았는데,, 그냥 때때로 겨울이고 봄이었던 것 같애" 라는 말을 하며 살짝 웃습니다. 그리고 "수 만날이 봄이었더라."라고 합니다. 이 대목을 보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흘러가기에 따스한 봄과 뜨거운 여름을 거쳐 선선해지는 가을과 황량한 겨울을 떠올리기에 마지막 역시 쓸쓸하고 공허함을 가장 먼저 떠올렸지만 결국 그런 겨울도 봄이 오기 위한 과정중에 하나이기에 슬프지만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느낀 점은 인생은 외부의 흐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사랑이라는 힘이 계절을 초월한 봄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단순한 애정이 아닌 한 사람의 삶을 채운 따뜻하고 생명력의 상태를 말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안다면 인생은 언제나 꽃이 피는 계절 봄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입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총 16부작으로 OTT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